2012 서울사진축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012.12.26 20:42한국/서울


2012년 12월 23일 토요일


서울시립미술관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이유는 '2012 서울사진축제' 때문이었다.


천개의 마을, 천개의 기억. 한 도시의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기억을 그 도시가 품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은 그 오랜 역사만큼은 깊고 다양한 '문화적 장소와 기억'들을 간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숱한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해, 수많은 마을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그 마을의 역사와 마을 구성원들의 기억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억의 위기. 기억의 장소들이 사라지면서 서울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2 서울사진축제에서는 서울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울의 정체성과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역 공동체의 장. 한 개인의 기억이 관객들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다시 서울시민 전체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기억의 연쇄.


새롭게 들어간 공간에서 '밤골 마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밤골 마을은 40여년 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밤나무가 많은 골짜기에 모여 만들어졌다. 현재 150여 가구의 주민들이 나날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밤골 마을에 핀 꿈꽃. 도시의 경쟁에서 소외된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전형이 마을공동체의 아카이브로 남겨졌다.



드높은 건물의 그림자가 밤골 마을을 뒤덮기 전에 '여기에도 누군가의 삶이 있음'을 남기고자 한다.


오랜 시간의 흐름을 보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빛바랜 작은 사진들. 한 사람의 지난 시간이 네모난 액자 속에 모이면 우리는 기억 속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서울의 남산부터 서대문, 성북까지 흘러들어간다.


강남의 기억. 반대로의 시작은 남들과 다른 신선한 시선을 만든다.



'잘 살아 보세, 새마을 운동'은 정부 주도로 1971년부터 전국적으로 전개된 지역 사회 개발 운동이다. 근면·자조·협동 아래 생활태도 혁신, 환경 개선, 소득 증대를 기대하며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한다는 취지이다.


까만 하늘에 '번쩍'하고 번개가 쳤을 때, 갈라지는 모양새 같은 나무 아래 약간 으시시한 분위기 속에서 유모차 속 아기가 혼자 있는 것이 신기해 눈길이 갔다.


가가호호. 집 앞 길가에 앉아 무언가 음식 만들기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현대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망나니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차력사 같은데, 누워 있는 사람 배 위에는 무엇인가 있다. 이 사진에서 인상 깊었던 건 뒷 배경에 '소매치기 뿌리 뽑자'라는 문구였다. 그리고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나도 좀 구경합시다!"라는 듯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검정색 차.


2012 서울사진축제에서 가장 신세계였던 군사 정권 시절의 벙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크나큰 부침을 겪었던 땅, 난지도 본래의 모습.



뚝섬은 발전해왔지만, 그곳은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



가장 재미있었고, 화려했던 3D 입체사진 공간. 해방촌 방을 가득 채운 입체사진들은 정말 매력이 넘쳤다.



오늘 이렇게 또 서울과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는다.


어느 가족의 사진은 컬러, 또 어느 가족의 사진은 흑백, 빛바랜 색, 다양하지만 그 옛날의 기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인생 속 힘들거나, 아프거나, 슬픈 일이 그 때에 있었을 지라도 미화된 기억 속에서는 조금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면 좋겠다.